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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앤틀러 : ‘죽음에 대한 두려움’ 끌어낼 때, 브랜드는 성공한다

림밍밍 2025. 3. 31. 12:48

롱블랙 프렌즈 C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브랜드 런칭을 앞두고, 꼭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요. 스타트업 브랜딩 에이전시 ‘레드앤틀러RedAntler’를 만나려고요.

이들의 손을 거친 브랜드는 총 124개. 스스로를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의 인큐베이터’라 소개해요. 자신감은 실적으로 증명하죠. 올버즈Allbirds부터 힌지Hinge, 캐스퍼Casper, 팝업 베이글PopUp Bagels이 이곳을 거쳐 탄생했죠.

세상을 바꿀 제품에 부스트를 달아주려 시작했다는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인 에밀리 헤이워드Emily Heyward를 화상으로 만나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브랜딩’의 비결을 들었어요!

 


에밀리 헤이워드 레드앤틀러 CBO

에밀리 헤이워드는 25년 차 브랜딩 전략가예요. 사치&사치Saatchi&Saatchi, JWT 같은 대형 광고 기획사를 거쳐 2007년 레드앤틀러를 창업했어요. 

그는 스타트업 CEO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요. 기왕 세상을 혁신하려 시작했다면,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야 한다고요. 그러지 못할 바엔 사업을 안 하는 게 낫다면서요.

“사람들이 미치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브랜드적 사고’를 해야 해요. 당신의 제품이, 사람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단 거죠. 그런 고민 없이 창업할 바엔 그냥 관두는 게 나아요.”


Chapter 1.
광고 포스터를 붙이며, 트렌드의 비밀을 탐구하다

에밀리 헤이워드가 브랜딩 에이전트가 된 건 자연스런 운명이었어요. 뉴욕에서 나고 자란 그는 그림을 좋아했는데, 특히 트렌드 잡지 속 광고에 열광했거든요.

심지어 광고 포스터를 오려 방 안 가득 도배할 정도였죠. 특히 1990년 나온 짐빔Jim Beam의 ‘Back to Basics’ 포스터를 보이는 대로 모았대요.

에밀리의 눈길을 끈 건 포스터 속 유행의 순환이었어요. 1950년대엔 청바지가, 1970년대엔 나팔바지가, 그러다 1990년대 다시 청바지가 유행했거든요.  

이때 에밀리는 떠올렸어요.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왜 다들 비슷한 걸 좋아할까?’

“시대마다 ‘누구나 인정하는 유행’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머리를 하고, 비슷한 옷을 입잖아요. 항상 궁금했죠. 이런 공통점은 왜 생길까? 우린 왜 한 가지 힘에 영향을 받는 걸까?”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에밀리 헤이워드 레드앤틀러 CBO. 그는 25년 차 브랜딩 전략가이다. 레드앤틀러는 2007년부터 총 124개 기업의 브랜딩 및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롱블랙

진짜 필요한 제품을 알리고 싶다

에밀리는 하버드 대학 사회과학부*에 들어가요.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의 비밀을 배우고 싶어서요. 쇼핑의 역사History of Shopping나 취향Taste 같은 수업을 들었죠.
*사회과학부는 사회학, 심리학, 인류학 등의 학문을 가르친다.

덕분에 깨달았어요. 사랑받는 브랜드는, 타깃이 ‘삶에 필요한 것’을 귀신같이 포착하고 해결해 준다는 걸요.

졸업 후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한 에밀리.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P&G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맡았어요. 경험은 쌓았지만 6년 만에 번아웃이 찾아왔죠. 그가 제안해야 하는 제품과,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다를 때가 많았거든요.
*1928년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시작된 식품 기업.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 등을 판매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대기업들은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그릭 요거트를 찾는데, 제가 맡은 요거트 브랜드는 그릭 요거트 제품을 가장 늦게 출시할 정도였죠.

전 광고 기획자로서 실제 제품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갖고 ‘여길 주목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캠페인을 만들어야 했죠. 더 깊이 깨달았어요. 내가 원하는 제품도 아닌데, 사람들이 열광할 이유는 없다는걸요.”

2007년 에밀리는 자신만의 브랜딩 에이전시를 차려요. 직장 동료였던 제이비 오스본JB Osborne과 함께요. 목표는 하나. 정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주목받게 돕기. 이런 회사는 스타트업 시장에 특히 많았죠. 

“스타트업 CEO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릴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자신이 만든 새 기술이 왜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어떻게 제공할지를요. 그래서 가설 하나를 세웠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제품을 내놓기 전부터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요.”

에밀리가 어린 시절 방에 붙여 놓았던 짐빔의 ‘Back to Basics’ 캠페인. ⓒJim Beam, Swipefile

Chapter 2.
성공한 브랜드엔 오리진 스토리Origin Story가 있다

제품을 내놓기 전부터 브랜딩하라. 지금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200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시장에 제품부터 내놓고, 반응이 좋으면 브랜드를 쌓아나갔어요. 로고나 체험 행사, SNS 채널 활동을 붙여나가는 식이었죠.

에밀리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제품을 내놓은 순간, 타깃 고객에게 빠르게 꽂히는 전달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죠. 그러려면 처음부터 전략적인 브랜딩이 필요했고요.

그가 생각한 스타트업 브랜딩의 핵심은 하나였어요. 우리 제품이 필요한 이유를 브랜드의 모든 요소(로고, 카피, 판매 방식, 직원의 태도, 고객 경험 등)를 동원해 설득시킬 것.

“저는 브랜딩할 때 ‘왜 사람들이 관심 가져야 할까why people should care?’라는 질문부터 던져요. 사람들의 삶에 브랜드가 있어야 할 이유부터 정의해야 하니까요. 그다음 서비스 정책부터 카피, 패키지 디자인이 모두 ‘그럴 만한 이유’를 전달하게 해야 해요.”

특히 브랜드가 넘쳐나는 세상일수록, 존재할 이유 하나만 설득하는 게 더 승산 있다고 에밀리는 말하죠.

“요즘은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전 제품을 내놓기 6~8개월 전부터 브랜딩을 준비하기를 추천해요. 존재할 이유를 빨리 찾을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더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레드앤틀러의 웹사이트.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미치는 브랜드로 만듭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Red Antler

팝업 베이글 : 가족과 나눠 먹는 아침 식탁을 재현하다

빠른 설득으로 성공한 브랜드. 레드앤틀러가 2020년 브랜딩한 ‘팝업 베이글PopUp Bagles’이 대표적이에요. 시작한 지 1년 만인 2021년, 뉴욕 팝업에서 모든 빵을 1분 만에 매진시켰거든요. 2023년엔 800만 달러(약 104억원)의 시리즈A 투자도 받았고요.

결정적 성공 원인은 정서의 차별화예요. 매장 경험은 ‘가족과 베이글을 나눠 먹는 순간’을 전하는 데에만 집중하거든요. 

일부러 많은 편의를 덜어낸 이유예요. 빵을 사려면 앱으로 픽업 시간을 예약해야 해요. 한 시간 전에 미리 구워 따뜻하게 주려고요. 종류도 다섯 가지뿐. 빵을 자르거나 스프레드를 발라 주지도 않죠.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베이글을 손으로 찢어 먹으라 권해요.

이런 전략은, 레드앤틀러가 창업자의 생각을 파고든 끝에 탄생했어요. 홍수 방재 업자였던 애덤 골드버그Adam Goldberg는, 팬데믹 시기 집에서 사촌들과 베이글을 구워 나눠 먹었거든요. “베이글을 먹은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걸 보는 게 너무 좋다”면서요.

레드앤틀러는 이걸 브랜드의 존재 이유로 발전시켰어요. 갓 구운 따뜻한 베이글로 차별화를 주기로 했죠. 레인보우 베이글, 모짜렐라 페스토 베이글을 파는 트렌디한 베이글 가게 사이에서요. 

“우린 어릴 적 먹은 가장 단순하고 따뜻했던 베이글의 모습을 전략으로 삼았어요.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 원하는 베이글을 먹었던 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려 했죠.”

2020년 시작된 브랜드 팝업 베이글. 레드앤틀러는 ‘가족과 따듯한 베이글을 먹는 순간’을 브랜딩에 녹여냈다. ⓒPopUp Bagels

Chapter 3.
극단까지 질문하라, “우린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해결하는가?”

브랜딩을 고민 중인 창업자에게, 에밀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 브랜드가 필요한지를 극단까지 질문해 보세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하는가’까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해요.”

농담이 섞인 말이라지만, 에밀리는 이 극단적인 질문법으로 브랜딩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최근 레드앤틀러가 브랜딩한 로봇 청소기 브랜드 매틱Matic이 그렇죠.

매틱은 구글 출신의 창업자들이 6년 동안 매달려 만든 제품이에요. 출시가 임박했을 무렵, 창업자들은 레드앤틀러를 찾아와 브랜딩을 부탁했죠. 

그때 레드앤틀러는 ‘왜’라는 물음을 끝없이 이어가며, 브랜딩의 퍼즐을 맞춰나갔어요.

‘왜’ 사람들이 당신의 로봇청소기를 원해야 할까.
→ 청소는 귀찮으니까. 퇴근하고 나서 청소하려면 정말 짜증 나지.

‘왜’ 짜증 날까?
→ 치워도 치워도 금방 더러워지니까.

‘왜’ 그게 문제일까?
→ 하루 종일 청소만 하고 싶진 않으니까.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모자란데.

‘왜’ 그게 중요할까?
→ 우리가 가진 시간은 유한하고, 그래서 소중하니까. 우린 언젠가 죽을 테니, 살아 있는 시간을 잘 쓰고 싶은 거야.

질문과 대답에서 힌트를 얻은 에밀리. 끝없이 청소하기 싫다는 사람의 본질적인 욕구를 타깃했어요. 매틱의 카피를 ‘완벽은 언제나 진행 중Perfect is Always in Progress’으로 정했죠. 로봇 청소기가 끝없이, 완벽하게 청소해 준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예요.

마침 청소기가 가진 기능과도 잘 맞았어요. AI로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한 뒤, 상황에 맞게 걸레와 진공청소기를 바꾸며 유연하게 청소하죠. 사용자가 로봇청소기를 최대한 건드릴 일이 없게 만든 거예요. 

기능과 브랜딩이 일치한 이 제품, 출시 직후 타임지 선정 2024 최고의 발명품The Best Innovations of 2024에 뽑히기도 했어요!

“왜 질문법은 내가 사람들의 진짜 필요를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예요. 사람들이 정말 ‘기능 좋은 로봇 청소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질문을 거듭해 보면 ‘청소 좀 그만하고 싶다’는 게 진짜 감정이에요.

물론, 우리가 진짜 죽음이 두려워 제품을 찾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 깊숙이 질문해, 사람들이 이 제품을 찾을 본질적인 욕망이나 동기를 찾아야 한다는 거죠. 언젠가 죽기 때문에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사람들이 왜 이 제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되어 주거든요.”

로봇 청소기 브랜드 매틱. AI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하는 청소기이다. ‘완벽은 언제나 진행 중’이라는 카피로 소비자들의 ‘끝없이 청소하기 싫다’는 본질적인 욕구를 타깃했다. ⓒMatic

Chapter 4.
마음을 헤아려주는 브랜드에 끌린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면, 더 큰 팬덤을 끌어당길 수 있어요. 

“사라지면 속상할 것 같고, 새 제품이 나오면 우리 맘속의 무언가를 두드리는 것. 그게 감정을 건드리는 브랜드예요.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잘 작동하는데, 애플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소비자의 불편한 감정을 토닥여 준 브랜드로 소셜 데이팅 앱 ‘힌지’가 있습니다. 레드앤틀러가 2016년부터 브랜드 로고와 캠페인을 맡고 있죠. 

힌지는 다른 데이팅 앱과 달리 진지한 만남을 표방해요. 대놓고 ‘안티 틴더anti-tinder’를 공략한 거죠. 덕분에 미국의 데이팅 앱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섰고요.

폭발적인 성장은 레드앤틀러의 소비자 조사 덕에 가능했어요. 원래 힌지가 시작한 2012년엔, 사진만 보고 상대를 고르는 앱이었어요. 틴더와 다를 게 없었죠. “틴더와 다른 앱”을 원하는 힌지에게, 레드앤틀러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자고 제안해요.

이때 뜻밖의 사실을 발견해요. 사진만 보고 1~2초 만에 상대를 판단하는 경험이, 사용자에게 죄책감을 준다는 것. 사람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라면서요.

죄책감을 공략하기로 한 레드앤틀러, 힌지를 ‘진중한 데이팅 앱’으로 브랜딩했어요. 광고 슬로건으로 “삭제되도록 설계된 데이팅 앱The dating app designed to be deleted”을 내걸었죠. 이에 따라 힌지도 기능을 업데이트했어요. 한 번에 최대 한 명의 프로필만 확인할 수 있도록요.

이 캠페인을 계기로 힌지는 급성장했어요. 2017년 매출 100만 달러(약 13억원)에서 2023년 4억 달러(약 5200억원)로 400배 뛰어올랐죠.

“(이런 배려심이) 사람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껴요.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이거 대신 저걸 써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들죠. 그런 브랜드가 오래 지속되는 브랜드라고 저는 생각해요.”

2019년 데이팅 앱 힌지 광고의 한 장면. 커플들이 서로의 깊은 마음을 확인하자, 힌지 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불에 타기 시작한다. 에밀리는 브랜딩은 항상 ‘소비자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Hinge

Chapter 5.
브랜딩에 수다쟁이는 필요 없다

스타트업 CEO들의 과한 열정이, 브랜드에 독이 될 때도 있어요. 제품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이것저것 다 자랑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에밀리 헤이워드는 욕심을 누르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한 가지 첫인상’만 남기자고 제안해요.

“첫인상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와 첫 만남에서 나에 대해 모든 걸 다 말하면, 상대는 혼란스러워할 거예요. 한 가지 강한 인상만 남기도록 해야 해요. 나머지는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하면 되죠.”

가장 중요한 메시지 하나, 에밀리는 이걸 ‘우산 같은 메시지’라고 불러요. 스킨케어 브랜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제품 하나가 여드름과 주름을 모두 커버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좋다는 메시지보단, ‘꿈의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간결한 효과를 제안하는 게 눈에 들어올 거예요.

너무 모호하지 않냐고요? 그래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에밀리는 말해요. 한 가지 기능을 강조한 메시지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가령 ‘최고의 택배 서비스’라고 하면, 당장은 기억될 수 있어요. 그런데 창고 서비스도 내고 싶다면? 브랜드를 다시 뜯어고쳐야 해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모호한 게 나아요. 비즈니스가 어디로 향할지 모르니까요. 브랜드 이름도 마찬가지예요. ‘택시 앱’보단 ‘우버Uber’ 같은 이름이, 나중에 다른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어울리겠죠.”

레드앤틀러가 리브랜딩한 브랜드 올트레일스AllTrails의 광고. 올트레일스 앱은 주변 산책로와 하이킹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가 나가고 싶은 바깥The outside is in all of us’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사람부터 전문 하이커까지 모두 포용했다. ⓒRed Antler

끊임없는 변주로 살아남기

메시지 각인에 성공했다면, 이젠 의외의 모습 보여주기예요. 브랜드의 활동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일관된 모습만 보이면 소비자가 지루함을 느낀다는 거죠. 

“지금은 고객과 소통할 방법이 정말 많아요. 틱톡, 링크드인, 웹사이트 댓글, 리뷰 등 다양한 채널이 있죠. 그런데 너무 비슷한 모습만 보여주다 보면,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데 한계가 있을 거예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기회를 만들어야죠.”

의외의 모습은 브랜드에 없던 관심도 갖게 만들어요. 에밀리는 재무 관리 플랫폼 램프Ramp*를 꼽았어요. B2B 전문 회사가 대중의 관심을 산 계기는, 2025년 슈퍼볼 광고에서였죠.
*결제, 법인 카드, 회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용 재무 관리 플랫폼.

광고에선 영수증에 파묻힌 NFL 선수 세쿠안 바클리Saquon Barkley가 나와요. 밀린 영수증 처리를 하느라 필드에 못 나갔죠. 이내 나레이터가 말해요. “전표 마감이 급하니, 세쿠안에게 출전하지 말라고 할까요?” 세쿠안은 황급히 말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램프가 이런 광고를 낸 이유, 재무 관리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예요. 덕분에 대중과 비즈니스지가 주목했죠. 

에밀리가 소개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램프. B2B 금융 서비스지만 슈퍼볼 광고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유쾌한 모습을 선보였다. NFL 선수 세쿠안 바클리가 영수증을 처리하느라 필드에 나가지 못한 모습을 담았다. ⓒRamp

Chapter 6.
1%의 거짓말로 망가진다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는 피로감만 얻은 게 아니에요. 브랜드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판단력’도 날카로워지고 있죠.

실제로 브랜드의 거짓말을 구별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요. ESG를 내세우는 브랜드가, 알고 보니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주범이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죠. 

그래서 에밀리는 말해요. 잠깐의 관심이 고픈 게 아니라면, 브랜딩에 거짓말을 섞지 말라고요. 

“사람들은 브랜드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하지 않아요. 팬데믹 이전에 비해,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설렘도 줄어든 것 같고요. 지금은 편안함, 안정성, 신뢰와 같은 것에 더 많이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생각해 보면, 정확히 이해되는 말이에요.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허풍만 떠는 사람보다, “난 2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어, 쉽진 않지만, 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며 담담히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처럼요. 

“이제 사람들은 브랜드의 거짓말에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새롭다는 이유로 무언가에 열광할 거란 믿음은 큰 쓸모가 없습니다.”

브랜딩에 대해 강연하는 에밀리 헤이워드의 모습. 그는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런 혁신적인 브랜드들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돕고 싶닫고 전했다.

롱블랙 프렌즈 C

레드앤틀러가 스타트업 브랜딩 명가가 된 이유, 바로 “이 브랜드가 세상에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집요한 고민 덕분이었죠. 에밀리가 말하는 브랜딩의 핵심 원칙, 정리해 봤어요!

1. 브랜드가 존재할 이유를 떠올리지 못한다면? 오리진 스토리, 즉 ‘탄생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어보세요. 그곳에 이유가 숨어 있어요.
2. 소비자는 왜 우리 브랜드가 필요할까? 끊임 없이 질문해야 해요. 질문의 끝엔 언제나 ‘죽음의 두려움’이 있고, 이걸 해결하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거예요.
3.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명확한 메시지 한 줄과 의외의 반전 매력. 이 두 가지를 꼭 챙기세요.